검서X모드
후후후 신난당
네타 있나?..있?...있나?...모르겠3
약간 있는것 같으니 주의...
검서가 눈새. 모드가 소녀. 란슬롯은 힘내라 너임마...
브리튼의 역사는 언제나 외적의 침략과 함께였다. 단절의 시대 이후로부터 이어진 이 전쟁은, 백만의 왕이 생기는 것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검술의 성, 기교의 장, 그리고 마법의 파. 그 백만의 인물 중에서도 뛰어난 세 파벌은 종국을 잊은 듯한 전쟁에 마침표를 가져올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것에는 성공적인 전적만이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들의 힘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수적으로 밀리는 일은 빈번히 일어났다.
외적은 쉴 새 없이 몰아치고, 그것에 괴로워하는 국민은 언제나- 그리고 수많이 존재했다. 전쟁이 길어지는 동안 왕의 손길이 닿지 못한 외진 곳에서는 구원을 요청하는 일마저도 요원한 일이 되어 있었다. 백만 명의 왕의 힘으로도 구원은 완벽치 못했다. 그것을 겨우 세 명의 왕이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검술성의 왕은 머리로는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검술 성의 아서, 그 자신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것은 곧 그의 실책으로 이어졌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소년왕의 어깨 위로 오른 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묵직한 것으로 변해갈 뿐이었다.
금발의 소년은 깊은 한숨과 함께 두어 걸음 떨어져 서있는 자신의 기사를 올려 보았다. 그의 등 뒤로 내려앉은 석양빛에 기사의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평소라면 그 눈이 자신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치유 받는 기분이 들었건만 오늘만은 달랐다. 저 서글픈 얼굴이, 무언가를 전하고픈 눈동자가 찌르는 듯 심장에 내려앉았다. 유난스레 앳되어 보이는 그의 얼굴이 뒤늦은 도착으로 잃은 어린 아이를 떠올리게 했다.
“모드레드.”
“예.”
“이쪽에 앉아 주지 않겠나? 혼자 앉아 있으니 마음이 불편하군.”
“저는 괜찮습니다. 배려는 감사합니다만.”
검은 옷을 입은 검사는 짧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곧 다시 들어 올린 얼굴에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왕의 입에서 흘러나온 웃음에 모드레드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안 돼.”
“-서있는 것 말입니까?”
“아니. 네가 그런 얼굴로 날 바라보면 안 돼.”
소년왕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나라의 운명을 맡긴 기사에겐 보이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고개를 숙여 깍지 낀 손에 이마를 얹었다. 바닥에 보이는 붉은 카펫 위로 모드레드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대는 브리튼의 대변자다. 네가 나를 그리 바라보면 내 나라가 나를 책망하고 있는 것만 같아.”
“아서.”
“알고 있어. 이런 약한 소리를 해선 안 된다는 것쯤은. 오늘만이다.”
특별히. 마지막으로 흘린 말은 너무나도 작고 연약한 것이어서, 근처에 선 모드레드 만이 겨우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바닥의 그림자가 짧은 발소리와 함께 아서의 옆에 섰다. 그는 소년왕의 앞에 무릎 꿇어 앉아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무릎 위에 얹은 손에 아서가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했다. 옅은 미소였다.
“나의 왕.”
“…….”
“당신의 말씀대로라면 분명 브리튼은 당신만을 사랑하고, 또 원하고 있습니다.”
무릎 위의 손을 들어 깍지 낀 아서의 손을 감싸 쥐었다. 기도하듯 그것에 이마를 가져댄 모드레드는 황혼에 물든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사랑하는 이 나라가 될 수는 없습니다.”
차분하던 목소리는 점차 떨림에 묻혀 울음소리처럼 변해 있었다. 어린 아이의 칭얼거림과도 같은 그 목소리에 아서는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검은 옷의 기사는 신에게 부탁하듯 한마디 한마디를 떨어트려 냈다.
“이리도 괴로워하는 당신을 데리고 먼 곳으로, 아주 머나먼 곳으로-. 브리튼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으니까요.”
신을 향한 기도였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소원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배신의 기사는 담아두었던 말을 천천히 토해냈다. 이 순간에도 몰려드는 자기혐오를 온 힘을 다해 내리눌렀다. 눈앞의 소년이 웃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더러운 존재가 된다 하여도 상관없었다.
“아서, 저는 당신의 나라를 지금 배신했습니다.”
모드레드의 손에 붙잡혀 있던 아서의 손이 조용히 자리를 벗어났다. 소년왕의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이야기를 끊어낼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입 밖으로 내어 버린 것은, 그저 한순간의 충동에 불과했다. 카멜롯에서 내쳐진다면 그걸로 족했다. 짧았던 생을 끝내면 그만이었다. 단 하나의 미련을 잃은 채라면 삶조차 의미 없었다.
금발의 소년은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지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저 고개 숙인 모드레드의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모드레드.”
벗어났던 손이 모드레드의 양 볼을 감싸 쥐었다. 아서의 입술이 모드레드의 이마에 가볍게 닿았다.
“그대는 분명 나의 브리튼이다.”
숨결이 닿을 듯 가까운 곳에 마주한 아서의 얼굴은 방금 전의 시름을 잊은 듯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볼을 두드리는 그의 손길이 무척이나 다정했다. 한참을 마주 보고 있던 아서는 그대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모드레드의 어깨를 짚어 그를 일어나게 했다.
“매번 고맙구나.”
“아닙니다.”
“감시자로 있어 달라고 해놓고는, 내 어리광 상대로 부리니까 말이지.”
“…….”
고개를 젓는 모드레드의 머리카락을 아서는 장난스럽게 흐트러트렸다.
그럼 푹 쉬거라. 짧은 인사와 함께 사라지는 그의 등엔 방금 전까지 자신의 책무에 짓눌려 괴로워하던 모습은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생기를 찾은 브리튼의 왕은 내일의 희망을 얻은 듯 태양처럼 미소 짓고 있었다.
전해지지 않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런 그이기에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의 고요와도 같은 가슴을 짓누른 채 모드레드는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에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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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당신은 그걸로 괜찮은 건가?”
“응?”
문 곁에 기대 있던 란슬롯은 빠져나온 아서의 뒤를 따르며 물었다. 걸음마저 흥겨워 보이는 모습에 호수의 기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등을 쏘아봤다.
“방금 나는 브리튼의 위기를 목격한 것 같소만.”
“브리튼이? 어째서?”
“모른다면 굳이 설명하진 않겠소.”
흥겹기만 하던 발걸음이 한순간에 멈춰 들었다. 뒤를 따르던 란슬롯이 그의 걸음에 맞추어 자리에 멈춰 섰다.
“남의 이야기를 엿듣다니 기사로서 어울리는 행동은 아니군.”
“그대를 호위했을 뿐. 내가 있다는 것을 잊은 쪽은 모드레드 경 쪽이니.”
“처음부터 모드레드의 곁에 있을 때는 호위 따윈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란슬롯, 그대는 내가 선택한 기사 모드레드를 아직도 적이라 판단하고 있는 건가?”
꽤 키가 큰 편에 속하는 란슬롯으로서는 자신의 주군은 한참을 내려다 봐야 하는 상대였다. 그럼에도 똑바로 마주한 그에게선 묘한 압박감을 느끼게 되곤 했다. 미숙하다곤 해도 한 성의 성주이자, 일국의 왕인 남자였다.
처음 검술 성의 아서를 만났을 때엔 이 자가 자신의 위에 설 수 있을 것인가 조차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란슬롯의 기우였다. 그 의문이 해갈 되었을 때의 기쁨을, 긍지를 호수의 기사는 이후로 단 한 순간조차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런 그의 의견을 란슬롯이 쉬이 무시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을 아직 저 소년 왕은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내 인정 따위의 문제가 아니오. 필요한건 외부의 납득이겠지.”
“멀린은 이제 없어.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저의를 모르겠군.”
“브리튼의 왕이여, 당신이 어린애가 아니란 걸 알고 있소.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다는 것도 말이오.”
새파란 눈동자가 굴러 란슬롯의 모습을 살폈다. 눈치를 보고 있다기보다는 란슬롯의 태도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금발의 기사는 혀를 차고 싶은 것을 참고는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마주했다. 국정에 있어 아서의 의견이 옳은 일이 대부분이었기에 토를 달지 않았지만 모드레드에 관한 것만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저 모드레드 경이 일반 기사로서 받아 지길 바라는 것뿐이겠지만 실질적으로 그는 영원히 그리 될 수 없단 것도 알고 있을 거요.”
“란슬롯.”
짧은 호명에 란슬롯은 이어 말하던 것을 멈춰들었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단 의미였다. 란슬롯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디 평안한 밤을.”
란슬롯의 등 뒤로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 본 곳에는 닫혀있는 문이 있을 뿐이었다.
딱히 정치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그저 검술성의 주인과 배신의 기사 모드레드가 서로에게 가진 특별한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아직 어린 소년인 그가 자신의 감정에 대해 눈치 채지 못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좋았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대로이길 바랄 뿐이었다. 그것이 브리튼을 위한 길이었다.
만약 그가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된다면.
긴 한숨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