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이_오래걸리는_요한.jpg 인가 png인가 모르겠..하여간 ㅋㅋㅋ
남자 분이 받아가셩써요 ㅋㅋ 아웃곀ㅋㅋㅋ...
컬러 하는 내내 뭔가 계속 마음에 걸려서ㅠㅠ..
그냥 눈이 자라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ㅠㅠ...
예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뻤습니다.
등신대는 그릴 때마다 제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거 같아용...ㅠ
근데 사실 ㅋㅋ 남자분이 요한을 받고 싶으셔서 행사를 참가하셨던건 아니셨을 것 같아서
억지로 떠맡긴거 같아 근본적인 면에서 죄송하단 생각도 좀 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필요 없으시면 주변 지인 이라든가 선물용으로 쓰세욬ㅋㅋ 받는 분이 기뻐하실진 모르겠지만T_T
등신대의 희소성에 대해서는 전 좀 회의적...
모두가 즐기는 온리전이고, 돈을 주고 구매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등신대는 절대 여러개를 뽑지 않습니동.
그림을 한군데서만 써야 한다!라는 의견은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동의는 하지 않습니다ㅠ...
협력 분들의 호의를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져용.
레어카드랩니다 요놈이
의도는 애니에 나왔던 어둑한 분위기엿는데 망해썰 매번 피부색이 다른건 그때 그때
감으로 찍어써서 그러합니다.
유우마 카드는 어따 뒀는지 보이질 않는다 ㅋㅋㅋㅋㅋㅋㅋ
앗찾았다ㅋㅋㅋ
이걸 받아가신 분은 열분 이하가 아닐까 싶네요 ㅋㅋ 하는 김에 좀 더 많이 드려서 트레이딩 하시는 분들끼리 돌려쓰신다거나 하는ㄱ ㅓㅅ도 좋았을 거라고 끝난 시점에서 생각해내는 나는 바보다 정말............................... 옅느 그리는 내내 이놈 컬러 배합이 정말 심란터져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대체 타느님은 뭔 재주로 이런 심란한 놈을 귀엽게 그려놓으셨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핫핑+주황+하늘색 이라ㅡㄴ 저암 ㄹ머ㅣ낭;ㅓ라 한 조합...뒷머리 구조는 유세이랑 비슷한 느낌이예요 새로나온 듀디를 그릴 수 없단걸 그리고 깨달았음ㅠㅠㅠㅠㅠㅠㅠ 듀디ㅠㅠ 듀디 그리고 싶었는데 ㅠㅠㅠ
아직 미완,
글이 어떤 식으로 올라가는 지 확인하기 위해 올림미.
한 마흔 페이지 정도면 끝날 거 같은데; 그 나머지 10페이지가 무지하게 쓰기 싫은 부분이라 또 지지부진 늘어지고 있슴미. 정확하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밍기적 밍기적...ㅠㅠㅠ... 아이랑 이야기해서 히바리가 찾아오는 부분을 삭제 하고 나니까 좀 쓰기 편해졌는데;-_-; 문젠 히바리 시점으로 또 넘어 가야 할 때가 오니까 눙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변명은 이정도까지만 하고 일단 접기 기능과 문단이 제 성능을 하고 있는지 확인을...ㅇ<-<
다정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너의 이름을 부른다.
이 순간만큼은 나와, 이 주변을 채우는 모든 것이- 너를 위해서 존재한다.
Tempo Primo
“쿄야, 일어나봐. 쿄야.”
아침의 공기는 서늘하고 시렸다. 어깨에 내려앉는 산의 공기는 날카롭기 마저 했다. 가을이 다가왔다고 생각했건만 공기는 겨울로 뛰어 넘어간 듯 살갗을 베어갔다.
참 일찍도 오십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을 금발의 남자가 입에 담았다. 입가에서 나온 입김이 눈앞을 가리자 이어 한숨이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품 안에 안겨 있는 소년의 볼을 두드려 보고는 그대로 눈을 감아 버렸다.
“안 일어나는 군. 아니, 깨어나면 귀찮아 질 테니 이대로가 나으려나.”
두 사람을 덮지 못한 이불이 침대 밑으로 흘러내려 있었다. 그는 그것을 소년을 안지 않은 팔로 끌어 당겨 둘의 위로 덮었다. 이불에 담긴 차가운 공기에 쿄야라 불린 소년이 작게 몸을 떨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소년을 양팔로 끌어안아 품으로 들였다. 한 품에 접어드는 모습에 그가 옅게 웃음 지었다. 괜찮아, 곧 따듯해 질 거야. 작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나미모리에서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이틀 전의 일이었다. 애초부터 그들에게 관심이 없던 소년으로서는 그들의 부재가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달랐다. 사라진 사람들은 그에게 있어 힘이 되는 동맹의 주축이었고, 그 이전에 소중한 사제들이었다. 이탈리아에서 그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일본으로 들어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바로 사와다 가를 찾아 사제의 부모를 만났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결국 별 소득 없이 자신의 호텔로 이동하던 그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사람과 조우했다.
고쿠데라 하야토.
자신을 그렇게 소개한 청년은 자연스럽게 그를 이끌고 근처의 찻집으로 갔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앞에 선 그는 주변의 지리에 익숙해 있는 눈치였다. 그럼에도 가끔 아주 아득한 눈으로 이 곳 저 곳에 시선을 보내곤 했다. 금발의 청년이 이상하다는 듯 눈을 찌푸리면, 그는 작게 사과하고는 다시 길을 걸어 나섰다.
「오랜만 입니다. 카발로네. 당신은 지금의 저를 만난 적이 없으시겠지만…….」
고쿠데라 하야토는 아주 천천히, 나직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자신은 보비노의 무기에 의해 뒤바뀌어 버린 10년 후의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나미모리의 중학생인 고쿠데라는 현재 10년 뒤의 세상에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실종 되어 버린 모두는 10년 후에서, 어렵게 싸우고 있을 거라는 것.
그가 알고 있는 고쿠데라 하야토와는 무척이나 다른 남자였다. 어른스러운 이목구비에 훤칠한 키, 무엇보다 침착한 어투는 두 사람을 동일인으로 보기 어렵게만 만들었다.
자신 앞에 차가 놓이자 고쿠데라는 종업원에게 가볍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금발이 작게 피식 웃었다.
「과연.」
「뭔가 이상한 일이라도?」
「아무 것도 아냐.」
어색하게 고개를 까딱이는 고쿠데라의 모습에 카발로네가 피식 웃음 지었다. 10년의 시간은 사람을 변하게 만들어 버렸다. 아마도, 10년 후의 그 아이도 무척이나 많이 변해 있겠지. 이정도로 달라진다면 그것도 나름 재미있을지도 몰라.
SF에 가까운 이야기를 웃으며 받아 들여 버리는 그에게 고쿠데라는 꽤 많은 정보를 선사했다. 10년 후의 제반 사정과, 그들이 노리고 있는 대상인 이리에 쿄이치에 대한 것 까지.
「그래서.」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건가.」
「…잔인한 말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상 그렇습니다. 스물 두 살의 당신 보다는 10년이 지난 카발로네의 주인 쪽이 그들에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내 앞에 네가 나타나야 할 이유도 없었겠지.」
고쿠데라가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어릴 때는 몰랐던 그의 헌신과, 마음을 10년이 지난 자신은 알 수 있었다. 봉고레의 어린 후계들이 평이하고도,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길. 그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는 마치 봉고레 패밀리의 ‘진실 된 가족’이 된 것처럼 소년 들을 끌어안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카발로네의 젊은 주인이 지금 이 시대에 남은 그 어떤 이보다 많은 걱정을 등에 지고 있을 것이라는 걸 10년 후의 고쿠데라 하야토는 알고 있었다.
「미래는 변한다.」
「…….」
「저의 보스가 하셨던 말입니다.」
고쿠데라는 점원이 내려 두고 간 찻잔을 들어 입에 가져 댔다. 씁쓸한 커피 향이 입안을 적셔왔다.
「저희는 지금의 기억. 즉 10년 전, 아니 당신의 현재에 살고 있는 그들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전투를 했으며, 어떤 이를 만났으며, 그 시대상은 어떠했는지까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10년 후로 넘어갔을 때, 10년의 시간이 지난 10대와 조우할 수 있었죠. 그 때의 전투를 저는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건 당연한 게 아냐? 너흰 미래에서 왔으니까.」
「아니요.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저흰 이 시대가 낳은 미래에서 온 자가 아닙니다.」
「그건 무슨 소리지.」
쓴 커피의 탓일까. 고쿠데라의 미간이 찌푸려져 있었다. 지금의 캬발로네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 앞에서는 무척이나 공격적이다. 고쿠데라는 찌푸려진 미간 그대로 피식 힘 빠지는 웃음을 지어 버렸다.
「우리를 버려둔 채로 당신들이 세상을 바꿔 버린 겁니다.」
「나?」
「예. 당신을 포함한, 보스라고 불리는 존재들은 우리와는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보스-. 10대를 포함하여 당신 역시, 이 시대를 기준으로 10년 후의 세계에 대한 기억이 없었습니다. 즉 지금 제가 살고 있던 세계는 이 시대의 보스들이 10년 후의 세계로 넘어가지 않았을 경우의 세계 입니다.」
「패러렐 월드인가.」
고쿠데라는 품에서 작은 반지를 꺼내어 바닥에 내려놨다. 딸깍. 딱딱한 테이블 위에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난 널 만났어.」
「예. 그리고 저는 당신에게 부탁까지 하고 있죠.」
반지 쪽으로 카발로네가 손을 뻗었다. 차가운 금속의 질감이 손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 생각보다는 묵직한 감각. 그는 그것을 들어 가볍게 손바닥 안쪽에서 굴렸다.
「너흰 운명을 바꾸고 싶은 거야?」
「…예.」
「지금의 나에겐 미래는 정해지지 않은 길이야. 미래가 억지로 만들어준 길은 걷고 싶지 않다-라고 한다면 어쩔 셈이지.」
그는 회색빛의 반지를 손을 움켜쥐어 붙잡았다. 자그마한 반지에 들어간 힘에 가볍게 손가락이 떨렸다. 억지로 무언가를 눌러 참고 있다-라는 것을 눈치 챈 고쿠데라가 그의 앞에 손을 저었다.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대공의 손이 없는 한, 운명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건 한 사람의 대공에게만 속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확신이 있는 것 같군.」
「예. 그렇지 않다면, 10대가 죽음을 택하는 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진 않았을 겁니다.」
대화의 틈에서, 카발로네가 처음으로 감정을 쏟아냈다. 무언가 답하려 연 입술이 닫히지 못한 채로 떨렸다. 말을 뱉지 못하는 혀가 움직여 신음소리 비슷한 것을 흘려 냈다. 곧 다물어진 입술이 내부에서 이 가는 소리를 이어냈다.
웃음소리와도 같은 감탄사와 함께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너는 고쿠데라 하야토가 아냐.」
쥐고 있던 반지를 테이블에 집어 던졌다. 카앙. 금속성의 물체가 서로 부딪쳐 깨지는 소리가 카페 안을 가득 채워 들었다.
「…….」
「잘 가라. 10년 후의 사람인지 뭔지 모르지만, 너는 내가 알고 있는 츠나의 패밀리가 아냐.」
카발로네의 등에, 청년의 목소리가 닿았다. 그대로 나가 버리고 있던 그의 발걸음이 멈춰 들었다. 아주 작은, 울음소리에 가까운 소리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는 다시 맘을 다잡고 돌아보지도 않은 채로 걸음을 옮겼다.
짧은 발소리가 이어지고, 그가 카발로네의 어깨를 잡았다.
「…시간이 없어.」
「…….」
「부탁해. 끝까지 들어 줘. 이대로 그때와 같이 시간이 지난다면, 우리는 또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어.」
두터운 점퍼 밑까지 느껴지는 차갑디 차가운 손가락이 어께에 닿았다. 기괴한 이질감에 카발로네가 눈을 크게 떴다. 어깨를 잡고 있는 손가락 밑으로 자신의 카키색 점퍼가 보이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 고쿠데라는 자신의 손을 재빨리 품으로 되돌렸다. 투명해져 버린 손을 멀쩡한 남은 손으로 감싸 쥐었다.
「부탁이야.」
짧게 떨리는 어깨와, 작아진 음성. 카발로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고쿠데라는 무의식인 것인지 의식적인 행동인 것인지 투명해진 손가락을 테이블 밑으로 끌어 내렸다. 그는 앞서 하던 말이 아니라, 카발로네가 듣고 싶어 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 들었다.
「10대가 그 세계로 넘어간 이후로 운명은 변하고 있어. 대공의 영향으로 나의 무언가가 변했을 때. 나는 이곳에서 사라진다.」
「…….」
「야마모토 타케시의 경운 빨리도 사라져 버렸지. 나는 그렇게나 그의 뒤를 따라 다니면서도 이제야 겨우 겨우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말이야. 내 때에는 넘어가지 않았던 여자 들은 이쪽으로 넘어 오자마자 사라졌어.」
「패러렐 월드라면, 너희의 존재는 존속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애석하게도, 이론대로는 안 되는 모양이야. 우리 모두가 변하는 순간 10년 후의 세계는 무너져 없어질 거라 예상하고 있어.」
카발로네가 숨을 삼켜 들었다. 고쿠데라는 자신의 품에서 구식의 작은 권총과 총알을 하나씩 탁자에 내려놓았다. 정갈히 놓인 그 것들을 바라보며 카발로네가 입을 열었다.
「이건?」
「잔니니가 만든 보비노의 10년을 거스르는 바주카와 같은 물건이야. 정확하겐 탄 쪽에 능력이 있는 거지만. 나는 지금까지 이 곳 저 곳을 돌며 링을 가진 자와 10대와 연관 될 수 있는 자들을 10년 후의 세계로 보내고 있었어.」
「소동의 주인이 여기 있었군.」
「남은 것은 히바리 쿄야와 너. 둘 뿐이다.」
한 번 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하는 것을 고쿠데라가 저지했다. 이미 손등까지 투명해진 손으로 가만히, 그의 어깨를 눌러 들었다. 그는 테이블 위를 구르고 있던 반지를 들어 카발로네의 손에 쥐어 주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지?」
「…엉망이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솔직해서 좋군.」
「시끄러.」
「반지에 정신을 집중해. 그리고 지키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 당신은 10대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무슨 말이냐 묻기도 전에, 카발로네의 손에 쥐어져 있던 반지가 이변을 일으켰다. 반지를 감싸드는 홍련의 불꽃. 투명하기 짝이 없는 다홍색의 그림자. 카발로네는 시선을 빼앗긴 채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의 보스가 봉고레 링을 파기한 이후로 사용하던 반지다. 대공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 각 링은 힘을 가지고 있고, 속성에 따라 그 힘을 이끌어 낼 수도 있어. 박스 병기라는 것도 있지만 거기까지 설명할 시간은 없군.」
「…정말로 모르겠어.」
「10년 후에는 그걸 이용해 전투를 하니까. 그 정도는 히바리 쿄야에게 전해 둬. 아무것도 모른 채로 전투 속에 떨어지면 아무리 그라도 위험할 테지.」
「너는 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10년은 알고 지낸 사이니까. 고쿠데라가 한숨 섞어 말했다. 카발로네는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타오르고 있는 반지를 집어 오른손의 중지에 끼워 들었다. 츠나가 사용했다고 했는데. 그가 자신의 손에 딱 맞는 반지를 보며 중얼 거렸다.
「내가 쿄야가 위험해 지는 일을 선택 할 것 같아?」
「…….」
「내가, 그 녀석의 미래가 뒤바뀌어 버릴 일을 선택 할 것 같아 보이나?」
「전언이 있어.」
반지의 보석에, 무언가에 긁힌 자욱이 가득했다. 어딘가에 매번 부딪쳐 대기라도 했던 것일까. 카발로네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너와 그는 연인 사이였어. 상당히 특이한 연인 사이였지만.」
「뭐, 뭣?」
그대로 손톱을 세워 자신도 모르게 반지 낀 손의 손등을 긁어 버렸다. 카발로네는 새빨개진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가리고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고쿠데라는 그런 그의 반응에도 자신의 할 말을 나직하게 이어 나갔다.
「나는 불행하다.」
「…….」
「나는 너와 함께하게 되어 불행하다. 네가 날 사랑하고 있다면, 내 인생을 바꾸어 줘.」
고쿠데라는 조용히 투명해진 손으로 카발로네의 앞에 물건들을 밀어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나머지 지령을 이어 전했다.
「히바리 쿄야는 앞으로 내일 아침 시간 대, 너 자신은 그 날의 저녁쯤에 10년 후로 이동해주면 타이밍은 맞을 거야. 이걸로, 나는 내가 전할 말은 모두 전했다.」
나는 불행하다.
「그럼, 10년 후에 만나자.」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내 인생을 바꾸어 줘.
웅성거리는 틈으로 사람들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커피숍에서는 아무도 그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저 아주 가끔, 점원이 그의 잔을 들여다보고 사라질 뿐. 그 이외의 시선은 그에게 닿아 있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빈 테이블을 향해, 금발의 청년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한숨 섞인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아-, 계산은 내가 해야 하는 거야?」
+++
“추워~.”
슬슬 아침 해가 뜰 시간이 되었음에도 산 속의 공기는 차갑기만 했다. 소년은 이불을 덮은 이후로 품에 기어들어와 잠들어 버렸다. 작은 소년을 그가 가볍게 끌어안았다. 아직은 작고 어린, 소중한 자신의 제자.
자신이 품고 있는 감정이 그저 그 것 뿐이 아니라는 것은 어렴풋이 눈치 채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자신과도 같은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없을 것이 두려워, 그 감각 자체를 짓눌러 버리려 했었다. 하지만 10년 후의 고쿠데라에게 들은 이야기는 아주 당황스럽게도, 자신과 이 소년이 연인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는 그 때문에 불행하다고 했다 한다.
까만 머리카락. 작은 입술. 심술만이 가득한 동그란 볼. 성질 나빠 보이는 눈매는 닫힌 눈꺼풀 밑으로 단단히도 잠들어 있었다.
어젯밤, 다른 사람들과 떨어트려 놓기 위해 그의 성질을 이용해 산속 깊은 곳까지 끌어 들여왔었다. 그렇게 지쳐 버릴 때까지 몸을 움직인 그가 잠잘 곳을 찾았고, 적당히 근처의 산장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잔뜩 경계할 것이라 생각한 소년이 머리를 벽에 대자마자 잠들어 버린 것은 그에겐 조금 즐거운 기억이 되었다.
추위에 몸을 잔뜩 웅크린 소년을 끌어안아 품에 두고 그는 어느새 새벽을 맞이했다.
“쿄야, 쿄야? 아직 잠들어 있는 거지?”
거짓말일거야. 네가 나와 함께해 불행하다니 그런 것 거짓말이야. 10년 후로 모두가 사라져 버렸다니 그런 건 거짓말이야. 츠나와 모두가 위험하다는 것도 전부 거짓말. 운명이 바뀌어 모두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도 거짓말. 사라져 버린 너도 거짓말. 모두, 모두가 거짓말.
“일어나지 말아줘. 쿄야.”
하지만 난, 너와 연인이 되었다는 미래를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믿는다면, 아마도 운명이 변한다. 미래의 세계라는 것은 너희들에게 무척이나 아프고, 시린 겨울과도 같겠지. 더 이상의 최악의 사태는 없다고 확신했기에 이런 짓을 계획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도 모른 채- 혹은 더 괴로운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하여도.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하지만 그 어떤 미래가 있다 하더라도, 너와 연인이 된 미래 이상의 것은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품을 뒤져 작은 권총을 꺼내 들었다. 가볍게 탄창을 눌러 확인 했다. 하나, 둘. 그가 이야기 했던 대로 카발로네와 히바리 쿄야가 사용하면 이 총은 그저 평범한 권총에 불과하게 된다.
미래라는 것은 무척이나 암담한 것으로, 모두가 불행해 하고만 있다고 했다. 봉고레는 격파 당하고, 카발로네는 쫓기는 중. 현재의 상황으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미래. 카발로네는 총을 장전하고 총구를 품 안의 소년에게 겨눴다. 차가운 총구가 이마에 닿았지만 소년은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가 자신 앞에서 마음을 놓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좋아해.”
감정을 알게 되었다.
미간에 가져 댔던 총구를 그대로 그의 어깨로 내렸다. 아무리 1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특수탄 이라 하더라도, 생명을 노릴 수 있는 곳에 가져대는 것은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태양이 떠올라 옅은 온기가 두 사람의 위에 떨어져 내렸다. 소년의 체온이 어린 아이마냥 따듯하게 달아올랐다.
“뭐야, 일어나 있었어?”
“…….”
“쿄야?”
대답은 없었다. 카발로네는 몇 번이고 반복해 소년의 머리 위에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하지만 대답은 단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히바리의 얼굴을 끌어 올려 짧게 입 맞췄다. 만약 카발로네가 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면 미래는 변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고쿠데라 하야토가 만든 파문이 멈추어 버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래라는 것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 두 명의 대공을 필요로 했던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라 생각하며 카발로네는 인상을 찌푸렸다.
떨리던 손가락이 서서히 멎어 들어갔다. 울어 버릴 것 같은 얼굴의 청년은 아주 천천히,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얼굴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 당겨 차갑고 가는 머리카락에 입술을 가져댔다. 머리카락에, 이마에, 흘러내려 콧잔등에 가볍게 입술을 튕겨내듯 입맞춤을 했다. 좋아해. 너를 너무나도 좋아해. 반복하여 그의 귓가에 속삭이고 입술을 마주 댔다.
그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 들었다. 짧은 총성, 그리고 이어지는 희미한 빛. 주변을 감싸드는 오색의 안개.
품 안의 인간이 사라지는 감각에 뒤이어 무언가 커다란 것이 자신의 위에 얹어 지는 것을 감지했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지났다. 눈앞에서 반짝이는 빛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피투성이의 청년이었다. 그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금발의 남자를 보고는, 피식. 웃음 지었다. 어쩔 수 없구나-라고 말하는 듯 한 얼굴로 그는 카발로네의 허리를 마주 끌어안았다.
“쿄야…야?”
“그래. 너는 조그매졌군.”
“그럴 리가 없잖아! 네가 자란거야!”
“아니. 분명 내 시대에는 너는 나보다 컸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피 묻은 얼굴을 그대로 카발로네의 티셔츠에 닦아냈다. 커다란 고양이 마냥 고개만을 움직여 그의 몸에 문질러대던 흑발의 청년이 그를 밀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청 휘청 지금 당장이라도 넘어질 듯한 모습으로 걸음을 옮겼다. 카발로네가 재빨리 그의 뒤를 쫓아 끌어 안아들었다.
“…그쪽에서 얻은 상처인거야?”
“그래. 아마도 당분간은 나는 사와다의 영향도, 너의 영향도 받지 않을 테지.”
“응?”
“치료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거지. 그런 표정 짓지 말아줘. 여유가 없어지니까.”
“아, 핸드폰!”
급하게 그를 의자에 앉힌 카발로네가 품을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핸드폰에 두서없는 말을 잔뜩 쏟아내고 있는 동안 흑발의 청년은 자신이 일어난 창문 가 자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창문 밑에 놓여 있던 권총을 들어 품에 넣었다.
“쿄, 쿄야라고 불러 돼?”
“나에게 동의를 얻고 부른 호칭이었던가.”
“그것도, 그, 그것도 그러네.”
“말 그만 더듬지 않겠어?”
“미, 미안. 아니. 미안. 응.”
히바리가 손을 뻗어 카발로네의 손을 쥐었다. 카발로네가 온 힘껏 어깨를 움츠리자 그가 못마땅한 얼굴로 그의 손을 자신 쪽으로 세게 끌어 당겼다.
“폭탄마가 전하지 않았어? 나와 너는 연인이 됐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어째서 존댓말이지.”
“그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보다 너! 너!”
“…키가 큰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과연, 차라리 작은 편이 나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
작은 목소리로 키득키득 웃었다. 15세의 작은 쿄야도 비슷한 표정으로 웃고는 하던 것을 떠올리며 카발로네가 마주 미소 지었다. 묘하게 치기가 느껴지던 표정이 조금 여유로워 진 듯 했지만 웃는 얼굴만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것에 카발로네는 아주 작은 안도감을 얻어 입을 열었다.
“…긴장 되서. 미안해. 너무 미인이라 놀랐어.”
“그래?”
“10년 후의 난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아?”
“아아. 그렇지. 그랬었지.”
피를 많이 흘려 지친 탓인지 히바리의 목소리가 작고, 느릿하게 이어져만 갔다. 원래 빠른 말투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더 나른하고 힘이 빠진 목소리였다.
10년의 세월이 그를 변하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상처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카발로네는 안쓰러움에 그의 손을 강하게 마주 붙잡아 들었다.
“당신.”
“네.”
“존댓말 쓰지 마.”
“예에-. 아, 응. 넵. 아니! 그, 그래.”
“대답은 한번 씩.”
“죄송합니다.”
또 존댓말이잖아. 웃음 섞인 히바리의 말에 카발로네가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이리와.”
“…….”
“곁에 와 나를 끌어안아 줘.”
“10년 후의 쿄야는 대단한 말을 하는 구나.”
“그럴 땐 대담이라고 하는 거야.”
입술을 마주 대었다. 생긴 것만큼이나 섬세하게 다가온 입술이었다. 정중하게 마주 대었다가 조용히 파고들어 왔다. 10년 후는 이런 짓을 자연스럽게 하는 건가. 헛웃음을 치며 그의 입술을 받아 들였다.
카발로네는 현재의 쿄야에게 죄스러움을 느끼면서도 그를 뿌리치지 못했다. 혀가 닿고, 미끄러져나갔다. 섞인 타액이 질척이는 소리를 낼 때 까지 입술을 겹쳤다.
“저기, 나와 연인이 되어서 불행하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의 나는 괜찮아?”
“울리기 편해 보이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대체.”
히바리는 투덜거리는 카발로네의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들었다. 자연스럽게 바로 전에 이어졌던 번호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저 진심을 말하고 있을 뿐이야. 당신 쪽이 울리기 좋아 보이니까. 데리고 놀 참이야.”
“쿄-야.”
“당신이 날 그렇게 불러 주면 기분이 좋아져.”
“응?”
그는 카발로네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 댔다. 그는 느린 말투로 전화 반대편의 사람에게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반대편에서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핸드폰을 닫아 버렸다.
“심장이 매번 급히도 달렸어. 그 묘한 흥분이 기분 좋았지. 그래, 나는 당신을 좋아하게 됐던 거야.”
10년 후의 미소는 현실과 같으면서도 멀었다. 히바리 쿄야라는 소년이 성인이 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의 미소에서 달라진 것 하나 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체념. 15세의 히바리 쿄야에겐 없는 감정이었다.
“나는 너를 납득시키기 위해 왔어.”
+++
“봉고레의 링을?”
“예, 파기하려 합니다.”
넓은 정원의 한 구석에 놓인 등에 불이 들어왔다. 정원석으로 감싸인 연못 안에서 잉어가 가볍게 물을 튕겨 냈다. 맵시 좋게 정리된 나뭇가지 틈으로 서늘한 저녁의 공기가 흘러내렸다. 대청의 가운데 앉아 있던 남자는 차가운 공기에 식어 내리기 시작한 술잔을 들어 입에 가져 댔다.
“너희가 나에게 억지로 넘겨 준 것을, 이제와 가져가겠다는 건가.”
“염치없는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흐름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 됩니다.”
“…그래서 바쁜 네가 몸소 찾아왔다는 거군.”
그는 비운 술잔을 상 위에 올리고 고개를 들었다. 반대편에 무릎을 꿇고 앉은 남자를 힐끗 올려 보고 시선을 정원으로 돌렸다.
“나는 봉고레가 아냐.”
“알고 있습니다.”
“너의 명령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지.”
오른 손을 들어 정면의 남자에게 보였다. 선이 단단한 손가락의 틈에 은색의 반지가 들려 있었다. 무릎을 꿇은 남자가 쓰게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앞에 놓인 그의 것을 보고는 그대로 손을 접어들어 반지를 주먹 안으로 감추어 들었다.
“너는 나의 하늘이 되고 싶은 건가.”
“…….”
“질문에 답해.”
다갈색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려 떨어졌다. 흘러내린 앞머리 틈으로 옅은 주황색의 눈동자가 짧게 흔들렸다. 내밀었던 손을 수습해 자신의 품으로 되돌렸다.
“저는, 당신의 하늘이 될 수 없습니다.”
“…….”
“히바리 씨. 제 입으로 듣지 않더라도 당신은 알고 있었을 겁니다.”
히바리 쿄야라는 남자는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답 이외의 것은 듣지 않으려 했다. 그것은 십 대를 벗어난 현재에도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히바리가 잘게 끊어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반대편의 사내가 언짢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좋아.”
“…….”
“너의 명령을 들어주지. 이 반지를 가지고 있는 나는 어디까지나-, 수호자로서 너의 명령을 들어 줄 뿐이다.”
“…감사합니다.”
억지로 밀어낸 목소리로 감사함을 표했다. 히바리 쿄야는 형식상으로는 봉고레의 사람이었다. 그것은 오메르타에도 위배 되지 않아, 이 곳 저 곳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릴 만큼 평범한 정보였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히바리 쿄야라는 자를 자신의 수하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수하라기보다는 중학 교 때부터의 선배- 조금은 수하와 보스라는 관계보다 더 친근한 관계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 히바리가, 봉고레에 적을 두고 있던 것을 방금 자신의 입으로 부정하게 만들었다. 후에는 봉고레와의 결별을 공식적으로 선언케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호자의 한 축이 무너진 현실을 봉고레의 보스인 사와다 츠나요시의 입으로 말하길 원할 터였다.
“걱정이 되는 모양이군. 10대.”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아 주세요.”
“어릴 때 같은 말투로군.”
“이건 히바리 씨가……!”
히바리가 그의 앞에 손에 쥐고 있던 작은 반지를 던졌다. 자신의 얼굴 앞으로 날아오는 것을 받아낸 사내가 그것을 쥐고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입에 담았다.
“필요 없어.”
“…….”
“어차피, 그런 것이 없어도 나는 강해.”
“예. 그렇겠지요.”
10대는 가볍게 히바리에게 인사하고 몸을 일으켰다. 반지를 돌려받은 이상 히바리의 거처에서 시간을 버릴 이유가 없었다. 히바리는 그가 자리를 뜨는 것을 보고는 인사조차 없이 자신의 술잔을 채워 들었다. 적은 양을 흘려 천천히 잔을 채운 그가 잔을 들었다.
“…이걸로 나는 …할 수 있는 것일까.”
작고도, 낮은 목소리가 술잔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목소리에서 밤의 공기보다 차가운 것이 내려앉았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바로 근처에 앉아 있던 청년에게는 그의 말이 똑바로 들렸다. 히바리 쿄야의 입에서 나올 리 없는 이상한 이야기가 사와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저어-.”
그가 입을 열어 의문을 제기할 틈도 없이 히바리가 손을 내저어 자리를 피할 것을 권고했다.
“돌아가.”
히바리의 얼굴 한가득, 한없는 기쁨에 찬 미소가 채워져 있었다.
+++
“처음에는 이 무슨 바보가 다 있나 싶었지. 금방이라도 끌어 내릴 수 있을 것 같은 위치에서 나를 내려 보고 있었어. 손이 닿을 거라고 생각할 때마다 멀리 날아가 버려.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시점에서 사라져 버려. 그게 굉장히 화가 났어.”
일어서 있을 수도 없게 된 히바리를, 작은 침대에 눕혔다. 그는 카발로네가 자신의 옆에 함께하길 원했지만, 작은 침대 안에서는 그것조차 무리였다. 금발의 청년은 그 사실에 조금 안도하며 그의 옆으로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밖은 어느 새 밝은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차갑기만 했던 산의 공기가 느린 속도로 데워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히바리의 손은 체온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카발로네는 차가운 손을 거머쥔 채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당신이 나에게 키스하고, 사랑하노라 말한 날은 처음으로 누군가의 눈동자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 아마, 그 이후 부터였을 거야.”
방금 전 카발로네를 무시하는 것으로 거절 했던 소년이 어른이 되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해 오고 있었다. 그는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그 고백에 달아오르는 얼굴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15세의 히바리 쿄야 이건만 그의 목소리와 얼굴로 하는 고백에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기분이 되어갔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은 날이면, 잠이 들 때까지 그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어.”
한 침대에 들어가는 것을 거절 한 것은 카발로네로서는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벌써 그의 입술에 입 맞추고 그를 온 힘껏 끌어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나 스물다섯의 히바리 쿄야의 고백은 정열적이면서도, 다정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리도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나는 행운아네. 그 거, 10년 후의 녀석은 들어 본 적도 없단 뜻이지?”
“글쎄. 앞으로 10년 정도는 나는 당신의 연인이 되기는커녕, 그 마음을 받아주는 것조차 않을 거야. 미래를 믿고 계속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어.”
단호히 끊어내는 말에 히바리가 옅게 웃었다.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 표정으로 그가 시선을 천장으로 옮겼다.
“10년 뒤에는 그건 무리라며 웃을 거면서.”
“그와 나는 달라. 10년의 차이가 얼마나 심한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글쎄.”
카발로네가 숨을 들이 키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화내길 원하는 거야?”
“그것도 재미있겠어. 당신은 내 앞에선 단 한 번도 그런 감정을 표현한 적이 없었으니까.”
“…쿄야!”
“재밌는 말투야. 계속 해봐. 그런 식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건 처음 들어보는 걸.”
입을 열 수 없다. 카발로네는 그의 앞에서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한참을 서 있었다.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현실의 모습에 말문이 막혀 들었다. 10년의 세월은 과연 대단한 것이었다. 현재의 히바리는 이리도 능수능란하게 화가 난 사람을 다루지 못한다.
카발로네는 자신의 시야 밑에 누워 있는 히바리 쿄야의 얼굴을 한참을 뜯어보았다. 히바리의 얼굴에는 간신히 피만을 닦아낸 얼굴에 거뭇거뭇 말라붙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분명, 상당한 전투를 치루고 왔던 것일 터였다. 그 때 입은 부상으로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얼굴 위에는 한 없이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야.”
“그대로 화를 내줬으면 하는데.”
“싫어.”
“흠, 애석하군.”
가볍게 혀를 튕긴 그가 벽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진의를 알 수 없는 미소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카발로네가 길게 한숨을 늘어뜨렸다.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 그리고…….”
여전히 표정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옅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감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읽어 내릴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을 가여이 여기도록 해.”
+++
회색의 하늘이 물방울을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이어 옅은 빗소리가 바닥을 두드렸다. 고인 빗방울이 바닥을 채운 비석 위로 흘러 내렸다. 찬 공기가 사람들의 발목을 쥐어들었다.
검은 옷을 입은 서넛의 사람들이 느린 걸음으로 하나의 구덩이 앞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기도하듯 모은 손들이 흔들렸다.
검은 베일을 쓴 여인이 큰 소리로 오열하자 주변의 사람들도 하나, 둘 눈물 흘리기 시작했다. 품에 안은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로 흙으로 덮여 가는 관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품이 답답했던 것일까. 아이가 몸을 틀어 품을 빠져 나왔다. 아이는 곧 어른들의 틈에서 벗어나 근처의 나무 밑으로 비를 피했다.
“…멀리 가면 안 돼.”
먼저 나무 밑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가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그의 얼굴을 보고는 활짝 미소 지었다.
“보스!”
“마리아에게 돌아가.”
“보스는 왜 같이 있지 않는 거야?”
“…돌아가.”
재빨리 금발의 다리에 매달린 소년이 밝은 목소리로 자신의 어머니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같이 가자. 모두 다 저기 있는 걸.”
“…….”
“보스? 왜 여기 혼자 있는 거야?”
다갈색의 눈동자 한가득 물이 고였다. 눈물이 지금 당장이라도 흘러 떨어질 것만 같이 흔들렸다. 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려들었다.
“비가 내리고 있으니까.”
“맞아! 다들 비 오는데 밖에 있는 걸. 감기 걸릴 거야.”
“그래. 다들, 그럴지도 몰라. …그래도 마리아는 네가 옆에 있는 것이 좋을 거야.”
“그럼 같이 가!”
“…그러자.”
가렸던 손을 내려 들자,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는 소년의 손을 잡고, 빗속으로 걸어 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묵직한 걸음 옮김에 튀긴 물방울이 그의 바짓단을 적셔 들었다. 느린 걸음에 속이 답답해진 소년이, 결국 금발의 손을 이끌고 앞서 나섰다.
소년의 힘찬 발소리에 고개를 든 여인이 울음을 멈춰 들었다.
“엄마!”
“…10대.”
“…….”
오셨습니까. 여인이 속삭이듯 말했다. 아이는 빠른 걸음으로 어머니의 옆으로 달려갔다. 10대는 비어버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는 곧, 여인의 눈을 똑바로 마주 응시했다. 빗소리를 제외한 소리가 한 순간에 멈춰 들었다. 여리게 내리는 빗줄기 틈으로 청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적에 지루해진 아이가 큰 목소리로 하품을 늘어지게 하자 주변이 잘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인의 뒤에 서있던 남자 하나가 10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와는 10대가 어릴 때부터-.”
“카발로네.”
베일의 여성이 뒤에 서 있던 남자의 말을 가로 막아 들었다. 카발로네. 나직하게 부른 이름은 그들이 몸담고 있는 곳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었다. 그와 동시에, 이곳에서 카발로네라 불릴 자격을 가진 것은 10대 보스인 금발의 남자 뿐 이었다.
“그 이를 추모해주시기 위해 오신 건가요.”
“…그래. 나는 저 아이의 대부이기도 하니까. 그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너희 가족에게 소홀히 할 생각은 없어.”
“그렇겠지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요.”
대화는 짧았다. 여인은 고개를 내려 그와 마주했던 시선을 거뒀다. 금발의 남자는 손목의 시계를 흘끔 들여다봤다. 시계의 문자판을 확인한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 들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다음에 보지.”
아무도 그의 말에 대답해 오는 사람은 없었다. 여인의 뒤에 서 있던 사내 몇이 가볍게 고갯짓으로 인사해왔다. 10대가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자 사내들은 옅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석의 틈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 나갔다. 지금 당장 이 순간에도 자신의 카발로네는 밀피오레와 격돌하고 있을 터였다. 흩어지는 선혈과, 귓가를 메우는 총성. 전투 시의 감각이 온몸을 감싸 들었다.
그를 잃은 일은 머리에 떠올리는 것 만 해도 절로 이가 갈렸다. 카발로네는 손이 새하얗게 변할 때까지 주먹을 쥐었다. 자신의 차에 다다랐을 때에는 손톱에 찔린 손바닥에 피가 고여 있었다.
“젠장.”
피에 젖은 손바닥을 차체에 거칠게 문질렀다. 투명한 유리 위에 분홍빛의 물방울이 맺혀 들었다. 반복하여 차의 동체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주변으로 튀는 자잘한 물방울이 그의 얼굴 위로 튀어 흘렀다.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카발로네의 9대 보스인 그의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로, 자신을 돌봐 준 것은 그 남자였다. 바닥에 묻혀 스러진, 로마리오라는 남자였다. 아버지보다도 다정하고, 소중했을지도 몰랐다. 그 어떤 가족보다도 소중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에겐 눈물이 허락 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대신하여 총탄을 맞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패밀리를 구하기 위하여 몸을 움직여야 했다. 그 당시의 전투가 일단락 된 후, 그는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하여 로마리오의 곁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카발로네는 그의 유언조차 듣지 못했다. 마지막조차 함께하지 못 했다.
“미안해. 미안해.”
그의 앞에서 말하고 싶었던 말을 입에 담았다. 로마리오의 모습이 이미 관 속의 차가운 시체더라도 그의 앞에서 사죄하고 싶었다. 그와 패밀리를 지키지 못한 약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이대로 쓰러져 그의 앞에서 잠들어 버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좌절은 용서 받지 못 한다. 눈물조차 보일 수 없다. 무너진 리더의 모습을 본인다면 나머지 지켜야할 가족마저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흐려진 창문 위로 그의 얼굴이 비쳤다. 눈물이라도 흘릴 수 있다면 조금쯤은 마음이 풀리련만. 그는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차 문을 열었다. 아릿한 통증이 손바닥에 일었다.
“재미있는 얼굴이군.”
“…….”
카발로네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드니 은색 살의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돌아갈 생각이 아니었어?”
새까만 머리카락 위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져 내렸다. 언뜻 검게 보이는 눈동자에 카발로네의 모습이 한가득 들어찼다.
흑발의 청년은 자신이 비를 맞아가며 카발로네에게 우산을 드리우고 있었다. 카발로네가 옅게 웃으며 그의 손에서 우산을 뺏어 들어 곁에 섰다. 작은 우산 안에 성인 남자 둘이 서기에는 조금 버거웠지만 카발로네는 개의치 않았다.
“그럴 생각이야.”
“…가끔은 호텔에 돌아가도록 해. 연락을 할 수 없으면 귀찮아.”
“그런가.”
“찝찝하니까 떨어져. 당신의 옷, 물에 푹 젖어 있어서 기분 나빠.”
나는 괜찮은데. 카발로네가 짐짓 아무것도 모른 다는 듯 그를 껴안아 들었다. 품에 안은 연인의 온기에 아주 조금, 마음이 따스해져 왔다.
“미안해. 같이 있어 주고 싶은데, 요즘 너무 바빠져 버렸거든.”
카발로네가 바로 그를 품에서 놓아주며 말했다. 비에 젖은 차가운 손가락으로 청년의 볼을 감싸 입술을 마주 대었다. 느릿하게 잠시간의 키스를 나눈 그가 청년의 손에 우산을 쥐어 주었다. 카발로네는 청년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려 애쓰며 다시 차 문에 손을 가져 대었다.
“근처는 정리해 뒀어.”
“…….”
“돌아갈 거라면 호텔로 돌아가.”
“쿄야.”
다정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랑스러운 그를 품에 끌어안았다.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우산 덕에 그의 검은 머리카락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나는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아.”
“…….”
“너를 사랑해. 너를 지키고 싶어. 하지만 난 그 이전에 카발로네의 사람이지.”
“알고 있어. 너와 나는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귓가를 스치는 히바리의 낮은 목소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어릴 때에는 조금쯤은 그를 어른스러워 보이게 하던 목소리가 지금은 오히려 치기 어린 소년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만다.
카발로네는 그의 어깨를 세게 품으로 끌어 당겼다.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그의 체취에 몸을 맡겼다.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한 장소가 이곳에 있었다. 사랑스러운 연인.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었지만 어색하게나마 억지로 연인이라는 이름을 붙여 살아왔다. 이름만이어도 행복했다. 그대로여도 좋았다. 그저 히바리가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는 히바리와 제대로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다. 카발로네와의 관계를 히바리 쿄야는 연인이라고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는 뜻일 터였다. 카발로네의 몸이 오랜만의 스킨십에 몸이 늘어졌다.
이대로 기대어 버린다면 카발로네 패밀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알고 있잖아. 내 욕심에 모두가 불행해질 거야.
히바리의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 물방울을 떨어뜨리어 낼쯤에야 카발로네는 그를 자신의 품에서 풀어 주었다. 한숨과 함께 두어 걸음 물러선 그가 입을 열었다.
“간단히 말하지. 간섭하지 마. 이건 내 일이다.”
“…나는.”
“…어차피 너는 자유로운 편이 편할 테지. 놓아 줄게. 더 이상 나에게 묶여 있을 필요는 없어. 아니, 오히려 나를 위해서라도 떨어져 있는 편이 좋아. 난 네가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그래, 다시는 너를 붙잡지 않을 테니까. 쿄야. 다시는 나를 위해 움직일 필요 따윈 없으니까.”
카발로네의 얼굴에는 미소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은 느린 속도로, 하지만 숨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졌다. 10년간 몇 번이고 반복해 생각했던 말. 사랑한다며 자유로운 그를 억죄어 놓았던 자신. 의미 없는 자존심에 이제야 입 밖으로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나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을 10년 간 그는 포기하지 못 하고 눌러 참아 내고 있었다.
카발로네는 간신히 되찾은 미소와 함께 히바리의 볼을 쓸었다.
“…쿄야가 처음으로 날 위해 해준 일인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디-.”
“미안해. 오늘 네가 준 휴가는 고맙게 받을게. 정말로, 미안해.”
최대한 재빨리 차 안으로 몸을 옮겼다. 더 이상 자리에 남아 있다가는 다시 한 번 더 그를 끌어안아 버릴 것만 같았다. 사랑한다고, 나와 함께 있어 달라고 매달려 버리게 될지도 몰랐다. 10년간 그 어떤 때에도 되돌려 받지 못 한 마음을 포기하지 못하고 강요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는 차를 출발시키기 전, 차가운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히바리를 향해 웃었다.
“지금까지 미안했어.”
히바리의 얼굴은 확인하지 않았다. 그대로 고개를 돌린다면, 히바리 쿄야의 표정을 확인한다면 그는 그대로 다시 차에서 내려 그를 옥죄어 버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카발로네는 백미러로 향하는 자신의 눈동자를 억지로 정면으로 고정시키며 핸들을 세게 쥐었다.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헤어지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부정하고 싶다 해도, 그것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사고였다. 방금 전까지 로마리오를 잃은 상실감에 몸을 떨고 있었으면서도 히바리 쿄야의 얼굴을 보자마자 모든 것이 잊혀졌다. 이대로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워 왔다. 카발로네의 존속과 발전 보다 그와 함께 라는 목표 쪽이 크게 맘속을 차지해 버렸다. 자신은 우선해야 할 사람들의 존재보다 개인의 행복을 앞세워 놓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로마리오를 잃었다. 수많은 가족을 잃었다.
“미안해. 미안해.”
용서를 구했다. 누구에게 하는지 알 수 없는 사죄를 반복해서 입에 담았다. 거칠게 돈 커브에 바닥에 고인 물이 크게 튀어 차창을 덮어왔다. 순간 시야가 가리자 카발로네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들었다. 길게 늘어진 마찰음이 귓가를 가득 때려 들었다. 빗물에 헛돈 바퀴에 차체가 가드레일에 부딪칠 기세로 미끄러졌다. 가드레일을 긁어 대며 멈춰선 차에 카발로네는 주먹을 들어 세게 핸들을 내리쳤다. 모든 게 다 엉망이었다. 자신의 차도, 지금의 자신도, 지금 놓인 현실마저도 모두 다 엉망이었다.
그가 쉰 목소리로 누구에게 들릴 세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 내 탓이야.”
거짓이었다. 히바리 쿄야를 우선시 하여 카발로네를 버린 적은 없었다. 그와의 행복을 더 원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은 그저 마음에 불과했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행동은 이성 속에서 카발로네 패밀리라는 집단을 먼저 선택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희미하게 히바리 쿄야 쪽에서 뻗어온 손을 매번 자신 쪽에서 모르는 척 거절해 오고 있었다. 그에게 일방적인 사랑만을 받아가도록 종용하고 있었다. 히바리 쿄야를 이제와 적극적으로 거절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핸들 앞에 엎드려 숨겨왔던 눈물을 흘렸다. 알고 있었다. 이유를 만들어 알게 된 자신을 감추고는 했다. 알고 있었다. 자신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부족한 것은 카발로네의 보스인, 자신의 힘이었다.
약했기에, 자신이 너무나도 약했기에 패밀리를 잃었다. 지켜줄 힘이 없었다. 겨우 이 정도가 한계였다. 아주 열심히, 온 성의를 다해 그들을 지키려고 했고 겨우 겨우 지켜낸 현실이 바로 지금이었다.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 자신의 약함을, 무능함을 잊으려 했다.
카발로네는 양복의 안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느린 손놀림으로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얼마 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로마리오의 전화였다.
「보스?」
“응. 나야.”
「돌아오는 길이십니까? 방금은 히바리 쿄야가 이쪽을 도와줘서 일이 금방 끝났습니다. 조금 정리가 끝나면 연락을 드릴 예정이었습니다만...-」
“그래.”
카발로네는 몸을 일으켜 소매로 얼굴을 훔쳤다. 귓가에 들리는 이름에 이성이 천천히 되돌아 왔다. 히바리 쿄야. 방금 전, 자신의 어리광으로 밀쳐내 버린 소년의 이름이었다. 카발로네가 작은 목소리로 키득 거렸다. 10년 전 쯤, 비슷한 이유로 그를 밀쳐내 버렸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보스?」
“아냐. 어릴 때 일이 생각나서 그래.”
그 때에는 왜 화가 났었던 걸까. 어슴푸레한 기억 속에서는 이유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고마워, 쿄야. 그는 맘속으로 읊조리며 입을 놀렸다.
“전에 루치아노가 연락해 왔던 것 기억하고 있어?”
「...아, 네.」
“그거, 허락해도 좋을 것 같아.”
너는 언제나 내 어리광을 받아 줬구나.
삼킨 그의 이름이 히바리의 혀끝을 맴돌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등에 소리치고 싶은 것을 눌러 참아 내었다. 쓸모없는 자존심. 그건 히바리에게도 해당 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카발로네가 차에 몸을 싣고 사라질 때까지 그는 단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지금까지 미안했어.’
무엇이? 대체 어떤 것이 사죄할 일이었던 것일까. 본인도 모르게 간 잇소리에 놀라 흠칫 몸을 떨었다. 화가 났다. 그를 만나고 나면 언제나 무언가가 흔들려 왔다. 히바리 쿄야의 근본적인 부분이 그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 버리고는 했었다.
그것이, 그를 특별히 여겨서라는 사실을 10여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전하려 했다. 어떻게든 서툰 따스함이라도 전하고 싶어서 그의 앞으로 달려 왔다. 그를 보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
입을 열 수 없다.
그가 앞에 없음에도 입을 열 수 없었다.
“...해.”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내-...”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낼 수 없는 말을 억지로 입만을 움직여 전했다. 카발로네를 실은 차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이후였다.
- 사랑해. 내 옆에 있어 줘.
+++
“나는 너와 헤어지거나 하지 않아.”
“글쎄. 실제 있었던 일이니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어.”
햇살의 빛이 강해져 왔다. 완연히 낮의 빛을 되찾은 산은 활력에 넘치고 있었다. 초록의 산림에 산장 안으로 드리운 그림자마저 싱그러운 색을 띄고 있는 것만 같았다. 카발로네는 태양을 등진 채 히바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밖의 활력이 더해 갈수록 그의 목소리에서는 기운이 없어져 갔다.
“그럴 리가 없어.”
“…….”
“나는 널 버리거나 하지 않아.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널 지킬 거야.”
창문 위를 두드리는 바람 소리에 정적이 부서져 나갔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카발로네가 짓눌린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연 것은 히바리가 입을 다물고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느긋하게 몸을 돌려 그를 올려 보는 히바리의 눈빛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미래를 바뀌기 위해 너는 이곳에 왔어. 적어도 폭탄마는 그렇게 말했어.”
“글쎄. 나는 그저, 나를 배신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루라고 하고 싶었을 뿐이야.”
“...”
이를 가는 소리가 작은 산장 안을 채웠다. 그런 그의 모습에 히바리가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10년 후의 그는 자신이 화를 내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카발로네는 어이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는 그 따위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인생이라는 건, 어떻게 살든 리셋되지 않기 때문에 소중한 거니까. 이런 식으로 바꾸는 것은 반칙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반칙이라.”
“하지만 네가, 불행하다면.”
“...”
열기에 가득 찬 손으로 미소 지은 그의 얼굴을 쓸어 내렸다. 카발로네의 입술이 잘게 떨렸다. 사랑하는 자들의 불행이 미래에 가득 차 있었다. 들어서는 안 되는 10년 후의 세계. 믿고 싶지 않은 정해진 미래.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쿠데라 하야토가 넘기고 간 두 발의 탄약은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건 잘못 된 판단이었다. 선택지는 애초부터 하나 뿐 이었다. 그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하지만 나와 쿄야가 가지 않는다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
“그렇다면 당신은, 내가 불행하기 때문에 15세의 히바리 쿄야를 미래로 보낸 건가?”
“...그건!”
히바리가 자신의 볼을 쓸던 그의 손을 세게 붙잡아 밑으로 끌어 당겼다. 자신의 위로 쓰러져 버린 그의 얼굴을 코앞으로 당겨 입술을 마주 댔다. 처음의 깊은 키스와는 다른 가볍고, 짧은 입맞춤. 급작스러운 변화에 눈을 동그랗게 뜬 카발로네의 모습에 히바리가 깊게 입술을 말아 올렸다.
“기억하고 있어. 이곳은 당신이 나에게 처음으로 고백을 했던 장소야.”
“너-.”
“머리카락, 이마, 눈꺼풀, 콧잔등을 지나 입술에.”
몸을 일으키려는 카발로네의 허리를 끌어안아 버렸다. 천천히 팔을 끌어 올려 그의 뒷목을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다. 맞닿은 가슴을 통해 느껴지는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크게 울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연인의 향기. 언제나 그가 사용하던 향수가 코끝을 가득 메워 왔다. 10년 전에도 같은 것을 쓰고 있었나. 히바리가 그의 품에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하지만, 그는 25세의 히바리 쿄야가 사랑해버린 자와는 다른 존재였다.
“가볍게 닿아 오던 당신의 입술을 기억 하고 있어.”
“너! 역시 깨어 있었잖아! 내가 얼마나! 얼마나!”
“쓸모없는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 고백이 쓸모없는 일이냐!”
카발로네의 커다란 목소리에 히바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금발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쓰다듬어 내렸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감촉에 어쩐지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화를 났잖아.”
그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히바리는 다시금 그의 입술에 자신의 것을 가져대고 가볍게 눌렀다. 떨림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의 몸에 어쩐지 웃음마저 흘러 나왔다.
“그렇잖아?”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숨결마저 느껴지는 근거리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카발로네의 다갈색 눈동자는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히바리는 그의 얼굴을 양 손으로 쥐어 쓸어 내렸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한숨이 있었다.
“당신이 15세의 나를 미래로 보낸 건 10년 후의 나를 위해서 따위가 아니지.”
“그렇지 않아.”
“그저, 당신을 무시해 버렸던 나를.”
“...그런 게 아냐!”
침대에서 빠져 나온 카발로네가 뒷걸음 질 쳤다.
사랑한다. 사랑하고 있다. 히바리 쿄야를 너무나도 원하고 있었다. 작은 소년에게 빠져 다른 곳으로 시선조차 둘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린 것 마냥 그만을 바라보게 되었다. 거부하려던 그 감정을 인정했다. 성별도, 나이의 차도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의 옆에서 살아가 준다면 그 무엇도 필요 없었다.
이 마음에 거짓은 없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순수하리만치 깨끗한 욕망. 떳떳하게 입을 열어 말할 수 있다. 디노 카발로네는, 히바리 쿄야를...
“나는 너를...”
히바리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났다. 벽으로 뒷걸음 질 치는 카발로네의 그림자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얼굴 한가득 들어찬 희열이 카발로네의 눈동자에 박혀 들어왔다. 즐거워하고 있다. 그는 카발로네의 괴로움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뒷말을 잇지 못하고 어물거리는 카발로네의 앞에 히바리가 아주 간단히도, 다음 말을 이어냈다.
“-당장 눈앞에서 없애고 싶었을 뿐이야.”
디노 카발로네는 히바리 쿄야를 사랑하고 있었다.
+++
“한 시간 뒤면 나도 유부남인가.”
화려한 레이스로 장식된 소파에 장신의 남자가 편안히 기대 앉아 있었다. 올백으로 넘긴 머리가 어색한 것인지 연신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솜씨 좋게 넘긴 금색의 머리카락이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엉망이 되어 이마로 흘러 내렸다. 소파 뒤에 놓인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 그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마음 가지 않는 결혼에, 아무려면 어떨까.
그가 입에 담은 말이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방해가 끼어들었다.
“그것도 아니게 됐습니다.”
문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가 눈동자만을 굴려 시선을 옮겼다. 새하얀 방에 어울리지 않는 새까만 정장을 입은 사내가 서 있었다. 금발의 남자가 짐짓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이자 검은 정장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조금은 놀라 주십시오. 돈 카발로네.”
“애초에 내가 프리한 몸이 되자마자 대충 결정한 결혼에 목을 맬 필요도 없잖아.”
“당신의 신부가 불쌍할 뿐 입니다. 예전의 당신은 조금쯤 어른스러웠던 걸로 기억 합니다만.”
“예전엔.”
그의 목소리에 한껏 담긴 조롱에 검은 정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정장의 청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의 앞에 랩탑을 내려놓았다. 자연스럽게 그의 앞에 펴든 모니터 화면에는 카발로네가 곧 식을 올려야 할 장소가 비춰지고 있었다.
방 안을 가득 채운 흰 색과 같은 빛이 화면 안에는 가득했다. 카발로네는 자신의 흰 상의를 끌어 당겨 확인하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의 예식 복 역시 하얀 색이었다.
“식 전에 축하 공연이라도 보여줄 참이야? 봉고레가 그런 짓을 해주진 않겠지만 말이야.”
“10대는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카발로네와 봉고레의 동맹은 초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연입니다. 이제와 카발로네의 성장을 두려워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 결합으로 밀피오레를 견제 할 수 있다면 10대는 이 결혼을 두 손 들고 반기셨을 테지요.”
“카발로네와 루치아노는 결합 할 수 없다고 하고 싶은 건가.”
맞은편의 남자의 얼굴에 옅게 체념의 미소가 깃들었다. 그게 원하는 일이 아니었던 가요. 카발로네는 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정장의 남자가 노트북에 몇 번 손을 가져대자 창이 여럿으로 늘어 다양한 각도에서 식장을 비추었다. 동시에 카발로네의 입에서 탄성이 비어져 나왔다. 정 중앙을 비출 땐 보이지 않던 사람의 그림자가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들어 있었다.
“루치아노 녀석들이네. 하객을 저런데 앉히다니 실례잖아.”
“...”
“고쿠데라. 너 네 보스 앞에서도 그런 표정 지어?”
“그 말투 짜증나니까 그만 둬.”
“아, 역시 그 편이 나아. 네 존댓말 정말로 이상하거든.”
고쿠데라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익숙한 손짓으로 불을 붙이고는 한숨 크게 들이마셨다. 저 숨은 들이 마시는 게 아니라 내뱉고 싶었을 텐데. 카발로네는 스치듯 생각했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붉게 타들어가는 담배를 바라보던 카발로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만 놀릴 테니까, 너무 화내지 마. 내 눈엔 너희가 아직도 중학생으로 보여서 말이야. 어른인 척 하면 금세 놀려 주고 싶어진다고.”
“내가 그래서 널 싫어하는 거야.”
“본론은?”
“루치아노는 너에게 신부를 보낸 적이 없어.”
카발로네가 고개를 까닥였다. 그는 방금 전 그의 신부가 될 여자와 잠시간의 환담을 나누고 온 참이었다. 마피아의 회합 장에서 처음 스쳤을 때 느꼈던 것처럼 얌전하고 연약하게만 보이는 여자였다. 정략결혼에 억지로 끌려 온 것임에도 진짜 신부가 된 거 마냥 화사하게 웃는 그런 사람이었다. 덕에, 끝끝내 도망치고 싶어진 카발로네의 다리가 그 자리에 묶여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던 차였다.
고쿠데라는 그의 의문을 알고 있다는 듯 말을 이었다.
“네가 만난 여자는 처음부터 루치아노의 딸이 아니었어. 너에게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여자지.”
“전혀 몰랐는데.”
“어쩔 수 없어. 너무 오래 전부터 준비 되어 온 일이라 봉고레 측에서도 식 날이 되서야 겨우겨우 확신할 수 있게 된 정보니까.”
고쿠데라의 말이 미리 생각해 두었던 말을 내어 놓듯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갔다. 아마도, 카발로네가 비아냥대지 않았다면 입 밖으로 내 놓지 않았을 말들이었을 것이다.
루치아노가 의도적으로 너에게 접근 시켜, 유혹한 거야. 그렇게 쫓아다니던 녀석을 내버려두고 그런 여자에게 왜 넘어간 거야? 이제 와서 변심이라도 했어? 바람이라도 피워 보고 싶어졌나 보지? 어이고, 그 여자도 자기가 이용당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던 것 같더군. 축하해. 그나마 그 여자가 네게 반해 있는 건 진짜야. ...사설은 이쯤 하고. 본론은 이거야. 아주 단순해. 두 패밀리의 결합의 장소이니 만큼 무장은 금지되어 있지. 비무장 상태의 카발로네의 보스와 중진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콰앙. -이런 녀석들 손에서 쓰이는 게 기쁘진 않지만 폭탄이라는 건 이럴 때 요긴하게 쓰이니까 말이야. 실패하더라도 그 녀석 들은 아무 걱정할 것도 없어. 왜냐하면...
“밀피오레로군.”
“그거야.”
“그 쪽에서 방해하러 온다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라는 건가.”
“루치아노 쪽에서 이 건에 대해 흘렸을지도 모르지. 하는 김에 너와 밀피오레를 같이 없애버릴 모양이야. 애초에 평화 노선으로 유해진 봉고레에겐 관심도 없는 것 같아.”
“정말로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돈 루치아노는 바보라는 거네. 겨우 이따위 함정에 무너질 것이었다면 내 인생은 헛 거 그 자체잖아. 나를 너무 무시 하는데? 저따위 인원,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 할 수 있어.”
“그건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최대한 동맹의 피해를 줄이고 싶은 것이, 10대의 생각이었으니까. 정확히는 다른 인원은 둘째 치더라도 돈 카발로네가 이 사태에 맞부딪치지 말고 피해주길 바라고 계셔.”
“흐음. 도망치라 이거군.”
“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으니 이걸로 됐어.”
고쿠데라의 손이 랩탑의 상단에 닿았다. 카발로네는 그의 행동에 혀끝을 찼다. 할 말만 다하면 그만이었던 건가. 랩탑을 수거하려던 고쿠데라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잠깐.”
가볍게 눌러 그것을 수거하려던 차에 카발로네가 손을 저었다. 그의 입술이 가볍게 달싹였다. 어째서-라고 차마 입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한 감탄사가 이어졌다. 카발로네가 떨리는 손으로 모니터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느릿하게 밑으로 미끄러지던 손이 이내 바닥에 부서지듯 떨어졌다. 울어 버릴 듯, 기쁜 얼굴로 그가 웃었다.
“어이?”
“잠깐만, 이대로 보게 해줘.”
“무슨 일이야.”
“잠깐이면 돼. 네 말대로 대피할 테니까. 잠깐만.”
모니터에 떠오른 화상을 바라본 고쿠데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절로 입에서 터져 나오는 한숨에 어깨까지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 그는 억지로 모니터를 자신의 쪽으로 돌려 잡고 카발로네를 똑바로 바라 봤다.
“당신은 왜 이 결혼을 선택 한 거지?”
“돌려 줘. 나에게 보여주려고 가져온 화면이잖아?”
“답변 여하에 따라 당장 네 입에 다이너마이트를 박아 버릴 테니까 빨리 대답해.”
“너와는 관계없는 일이야.”
“하지만 봉고레와는 관련 있겠지.”
카발로네는 대답 없이 소파에 깊게 몸을 뉘였다. 내리깐 시선 끝에는 고쿠데라가 쥐고 있는 랩탑이 놓여 있었다. 굳게 닫힌 입에서는 단 한마디의 대답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잠시간의 고민 끝에, 고쿠데라는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곧 핸드폰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한 고쿠데라는 자신 앞에 있는 카발로네에 대해 전하기 시작했다. 예, 말씀하신 일은 전했습니다. 약간 변수가 생겨서-.
단정하게 흐르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카발로네는 피식 웃음 지었다. 그는 아직도 혼자서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받아.”
카발로네는 핸드폰을 받아 들고 자신의 귓가에 가져 대었다. 곧, 얌전한 목소리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자신의 소중한 사제이자, 봉고레의 보스의 목소리였다. 깍듯한 인사와 걱정스러운 멘트가 이어졌다. 카발로네는 쓸모없는 자잘한 대화를 이어가며 고쿠데라가 아직도 쥐고 있던 랩탑을 빼앗아 자신의 앞으로 돌렸다.
모니터 화면에는 여전히 그가 비추어지고 있었다. 히바리 쿄야.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제자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디노 형.」
“그래.”
「히바리 선배를 만나 주세요. 형이 선배와 헤어지겠다고 맘먹은 것은 알고 있어요. 그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형이 모르는 일도, 알아야만 하는 일도 너무나도 많아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결혼 같은 것을 허락 할리가 없잖아.”
「정말로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멀리 서 있는 사람의 한숨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에 자신의 구두 바닥 밑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어 카발로네는 인상을 찌푸렸다. 한숨을 쉬고 싶은 건 이쪽의 일이었다.
“네 말대로 난 헤어질 수 없겠지. 그러니까 만나지 않으려는 거야.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아무것도 없고, 그저 마이너스가 되어갈 뿐이니까.”
「이해득실을 따져 만나왔던 관계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맘의 안정 정돈 필요하겠지. 히바리 쿄야에게 그게 가능할 거라고 믿는 거야?”
「...형.」
“오랜만에 쿄야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난 즐거워. 굉장히 기뻐서 그냥 도망치라는 네 말에도 자연스레 응할 만큼 맘이 너그러워졌어.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자기 자신을 상처 입힐 말은 그만 둬 주세요. 그리고, 지금부터 제가 할 말에는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듣고만 있어 주세요.」
모니터 속의 히바리는 천천히 붉은 융단 위를 걷고 있었다. 새까만 정장을 입은 채로 중앙을 따라 걷는 모습은, 마치 결혼 행진을 하는 신랑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밉살스러운 말만을 담는 입과는 달리, 그의 얼굴은 오랜만에 보는 연인의 모습에 상기되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는 두 달 전, 선배를 만났어요. 봉고레 링을 파기하기 위해 돌려받기 위해서였죠. 그때 제가 들었던 말이 있어요.」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뛴다. 감정이 내달려 그를 만나고 싶다고, 끌어안고 키스하고 싶다고 결론을 내려 버린다. 너무나도 약한 자신이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어 왔다. 그는 당장 일어나 버리려는 무릎을 손으로 눌러 고정 시켰다.
히바리는 어느 새 단상 앞까지 걸어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곧 그가 단상 옆에 장식 된 화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움직임은 느릿느릿 슬로우 모션 마냥 천천히 이어져갔다. 그의 움직임이 답답하기도 하련만 카발로네는 평온함에 그대로 눈길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귓가에 들리는 자신의 사제의 목소리를 배경 삼아 그의 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선배는 그때 저에게 한 가지 대답을 이끌어 내셨죠. 저는 히바리 쿄야의 하늘이 되지 못 한다-그런 말을 얻어내셨어요.」
“아아.”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그 히바리 쿄야가 자신이 누군가의 수하라는 것을 납득하고 있었을리가 없었다. 봉고레 링을 가지고 있던 것도, 그저 그것이 자신의 전력증강에 도움이 되었었기 때문일 뿐. 다양한 링을 수집하면서 봉고레 링보다 출력과 내수성이 떨어지더라도 그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얻어낸 이후로 그 이유마저도 유명무실해져 있었다. 그저 그는 남에게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지니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이상의 이유도, 그 이하의 이유도 없었을 터였다.
카발로네는 모니터의 히바리를 톡톡 건들이며 그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히바리의 느린 움직임에 템포를 맞추듯 봉고레 10대 보스의 목소리도 천천히 늘어졌다.
고쿠데라는 그의 모습을 찌푸린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파 넘어로 있을 보스의 목소리는 그에게 닿지 않았다. 그저 카발로네가 곧이어 대답하는 것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유추해내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마저도 잠시간 멈춰 들었을 때엔 카발로네의 손짓 하나에도 이가 갈렸다. 그는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더 짜증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대화가 끝난 것인지 카발로네가 핸드폰을 고쿠데라에게 넘겼다. 긴 한숨과 함께 그가 머리를 쓸어 내렸다. 단정하게 넘겨져 있던 머리가 결국엔 흐트러져 엉망이 되어버렸다.
“고쿠데라.”
“왜.”
“아까 너, 내가 왜 이 결혼을 결정했냐고 물었지?”
그가 엉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매만져 정리했다. 마구 뻗친 머리를 대충 손으로 정리해 든 그는 꽉 껴 든 정장 차림임에도 평소마냥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쿄야를 잊기 위해서였어.”
“...”
“쿄야를 잊고, 새로 가정과 사랑을 가지고. 새로운 힘을 손에 넣고. 그러면 나라는 사람이 조금은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했어.”
단단히 조여 있던 넥타이를 끌어 당겨 풀어냈다. 와이셔츠 깃 틈으로 손을 넣어 목을 풀었다. 살짝 힘을 줘 뒷목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말이지.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게 아닌가봐.”
히바리 쿄야가 융단 위를 걸을 때처럼 느린 걸음으로 카발로네가 방을 나서 들었다. 고쿠데라는 그런 그의 등을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즐거운 미소로 방문을 나서는 그의 모습엔 이젠 짜증마저도 일지 않았다.